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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회고

2020년 회고

2020년 회고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지나고 어느덧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 🤗
코로나라는 세계적인 재앙 때문에 생활부터 모든게 많이 달라진 한 해 였습니다.
여태까지 1년 회고는 개인 일기장에만 적어봤지만, 이번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던 만큼 제 블로그에 기록해두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 KoSpeech (졸업 프로젝트)
  • 연구실 인턴
  • 미래에 대한 고민
  • 갑작스러운 제안
  • 카카오브레인 인턴
  • 정직원 전환
  • 리서치 엔지니어로서의 4달
  • Good Bye! Kwangwoon University!

KoSpeech (졸업 프로젝트) (1월 ~ 3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학교에서의 졸업작품을 그 어떤 작품들보다 성공적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학점을 좋게 받는것보다는 프로젝트가 있는 수업에서 그 누구보다 프로젝트를 잘하고 싶었습니다. 시험 전날 다른 과목 시험공부를 하다가도,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노트북을 키고 코딩을 하다보니 어느새 시험 직전이어서 시험 범위도 못 끝낸 적도 있었네요 ㅎㅎ

image c언어로 구현한 갤러그

첫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였던 c언어로 구현한 갤러그를 시작으로 학부 2-3학년 동안 크고 작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약 20개 가까이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그 코드를 다시 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미숙하지만, 그런 삽질의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구조를 짤 때 어떻게 짜야할지에 대한 인사이트가 조금은 생긴 것 같습니다.

image 네이버 AI 해커톤 - Speech

졸업작품은 3-2학기 였던 19년 하반기부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음성 인식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마침 시기 좋게 열린 네이버 AI 해커톤 - Speech에 참가해서 전체 100팀 중 12등을 했었습니다. 당시 상위권 팀이던 1 - 3등 팀들의 소감을 들으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20년 1월에 한참 음성인식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던 것 같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상위권팀들이 썼다는 기술들에 대해 하나하나 키워드별로 조사해가며 스터디를 진행했고, 스터디 → 구현 → 스터디 → 구현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겨울방학기 끝날 때 쯤에는 꽤 그럴 듯한 음성인식 툴킷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후 계속 수정을 거치며 지금의 KoSpeech가 만들어졌습니다.


연구실 인턴 (4월 ~ 8월)

당시 제 목표는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뛰어난 AI 리서치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였습니다. AI 리서치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석사 학위는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위도 학위지만, 대학원에서의 2년이 결코 무시 못할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연히 ‘난 대학원에 진학할거야’라는 생각만 가진채, 언제 어떻게 교수님께 컨택을 하고, 어떤 연구실에 진학할지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연구실에 컨택했다가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정도 있어서 계속 결정을 미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대학원에 진학을 염두하는 저를 위해 여자친구가 선물해준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 있는 대부분 내용이 유익한 내용이었지만, 그 중 ‘대학원에 진학하기전에 가능하다면 꼭 해당 연구실 인턴을 해봐라. 이미 입학하고 후회하면 늦는다’라는 구절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 구절을 곱씹으면서 되든 안되든 연구실에 컨택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다분히 심심했던 제 생활패턴에서 자기소개서, 교수님께 보낼 메일 작성, 사진 찍기 등 몇일 간 바쁘게 보냈습니다. 준비를 마치고는 관심있었던 연구실의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을 보내고는 10분마다 메일왔는지를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메일을 보낸지 몇일이 지나도 교수님께 답장은 없었습니다.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몇일 동안, 많은 고뇌가 있었습니다. PLAN-B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떡해야하나…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역시 대학원을 가려면 학점이 좀 더 좋아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다리고 기다리던 교수님으로부터의 답장이 왔습니다!

김수환님께
안녕하세요. **대학교 *** 입니다. 보내주신 이메일 잘 받았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음성인식 분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좋은 연구 결과를 내고 있는 것에, 학부연구원 연구 참여/대학원 진학을 떠나
해당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교수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선은 학부 연구원으로 우리 연구실에 참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학부 연구원 위촉시, 저희 연구실은 1차로 대학원 학생들의 면접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진행한 연구/개발 위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학생들간에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관련해서 저희 연구실 박사과정 학생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 드림 -

최근 몇년 간 가장 기뻤던 일 중 하나였습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안 좋은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긍정적으로 답변을 주셔서 기뻤고, 제가 여태까지 한 활동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연구실 선배들과의 간단한 면접을 마친 후, 다음주부터 연구실로 출근을 했습니다. 학기중이였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연구실로 출근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실 세미나도 참석하면서,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연구 주제 등에 대해서 귓동냥을 열심히 했습니다. 👂 👂

연구실에 들어간지 3주 정도가 지나고, 교수님께서 제가 했던 음성인식 프로젝트에 대해서 발표를 한번 해달라고 요청해주셨습니다. 전문가분들 앞에서 발표한다는 생각에 많이 떨렸습니다. 그래도 제가 한 모든 것에 대해 발표하고 싶다는 생각에 최대한 열심히 발표했습니다. 다행히도 교수님과 연구실 선배들이 제 발표를 좋게 봐주셨고, 진행중이던 KoSpeech를 더 열심히 해보라며 제가 사용할 수 있는 GPU 서버도 하나 지원해주셨습니다. 👍 👍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서당개가 된 기분으로 열심히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연구실에 있으면서 실제로 석,박사 분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점이 힘든지 등 직접 보고 들으며 제 미래 석사 생활을 머리속으로 그려보곤 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 (6월 ~ 7월)

연구실 생활은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제 미래에 대한 고민은 계속 커졌던 것 같습니다. 음성인식이란 분야에 내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음성인식이 몇년 뒤에 완전히 정복되어버려서 내가 공부하는 모든게 필요없어지는 날이 와버리는게 아닌지, 지금 있는 연구실이 내 성향과 잘 맞는 곳인지 등 올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저는 최근에 연구가 활발한 End-to-End 방식의 음성인식을 해왔고, 앞으로도 이 방법을 연구하고 싶었는데, 소속된 연구실에서는 End-to-End가 나오기 이전 방식인 Kaldi 기반의 음성인식을 주로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성인식 외에도 음성합성, 화자인식, NLP 등 좀 더 넓은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강했습니다. 여기 연구실로 진학하게 되면 전문성은 생기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너무 협소해지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답이 없는 고민을 하며 지냈습니다.


갑작스러운 제안 (7월)

여느날처럼 연구실 선배들과 저녁을 먹고 연구실로 다시 돌아가던 중에, 지금 팀장님으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5글자 였지만, 저는 속으로 말도안돼!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깃허브에서 이미 너무나 유명하신 분이셔서 이미 누구신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주고 받은 후에 KoSpeech를 보고 연락을 줬다는 말과 판교로 한 번 놀러오라는 한마디에 사기인가 싶어서 페이스북 프로필에 들어가서 맞는지 확인까지 해봤습니다. 그 뒤로도 메세지 몇개를 주고 받았는데, 인턴 의향이 있냐는 메세지에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너무 기뻐서 이게 꿈이 아닌지를 몇번이고 확인해보고, 사기는 아닌지 페이스북 프로필을 몇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실제상황임을 깨닫고 여자친구와 부모님 친구들께 동네방네 자랑했습니다. ㅋㅋㅋ

아마 이 날 느낀 감정이 제가 살면서 가장 기뻤던 날로 기억합니다. 항상 제게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들만 일어났었는데, 전혀 예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가 석사 졸업하고 가장 가고 싶었던 카카오브레인에서 이런 제안을 해줬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카카오브레인 인턴 (9월 ~ 10월)

인턴 제안을 받은지 한 달 정도 후, 몸 담고 있던 연구실 정리와 간단한 인턴 면접 등을 마치고 카카오브레인에서의 인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가 한참 심해지던 시기라 첫 날부터 재택근무로 시작을 했습니다. 인턴 프로젝트로 3개월동안 음성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써보지 않은 툴킷에 적응하고, 타겟으로 잡은 논문들을 이해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에 밤낮, 주말없이 일에 매진했습니다. 처음 한 2주간은 조그만 아웃풋은 커녕, 삽질의 연속이였습니다. 특히 새로운 툴킷에 익숙해지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힘겨웠습니다.

하지만 삽질도 2주정도 해보니까, 어떻게 어떻게 툴킷에 적응이 됐고, 막혔던 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하나 뻥! 뻥!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속도가 붙으니 그 뒤로는 한주 한주 다르게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것 같습니다. 일에 자신감도 붙었고, 팀에도 점차 적응해가며 스트레스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직원 전환 (11월)

인턴 기간 3개월 중 2개월이 지나던 무렵, 정직원 전환 면접을 진행하고 정직원으로 전환됐습니다!! 🎉 🎉
인턴으로 들어갈때까지만 해도, 정직원으로의 전환은 말도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날이였습니다. 사실 면접 보기 전까지는 웬만하면 되지 않을까? 란 생각이 있었는데, 면접을 보고나서 면접을 너무 못 봤다는 생각에 자리로 돌아가 멘탈이 나간채로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다시 면접장으로 불러서 팀원들이 정직원 전환 축하한다고 해줬을 때, 얼떨떨해서 좋은 티도 못냈지만 속으로는 기쁨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고 긴장감이 확 풀렸었습니다. 정직원 전환됐다는 말에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가장 축하해주고 좋아해줬던 것 같습니다.


리서치 엔지니어로서의 4달 (9월 ~ 12월)

제 인생 첫 명함입니다 ㅎㅎ

9, 10, 11, 12월을 카카오브레인에서 리서치 엔지니어로써 보냈습니다. 4개월 동안 정말 많은 성장이 있었고,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뼈져리게 느낀 기간이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팀장님, 훌륭한 팀원분들과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굉장히 감사합니다. 훌륭한 팀원분들은 항상 제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팀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습니다.

Good Bye! Kwangwoon University!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마쳤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제가 다니던 광운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일은 없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아쉬웠던 1년이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4학년 1년을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면서, 학교 강의실에서 수업듣는 일,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일 등 지극히 당연했던 일상이 급격하게 바뀌었습니다. 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밤을 새고, 한번씩 나와서 편의점을 가고 별거 아닌 얘기들로 수다를 떨고, 어디과에 누군지는 모르지만 도서관에서 얼굴을 자주 봐서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분들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점 등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1년의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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