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음 (No Rules Rules)
규칙 없음 (No Rules Rules)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종이의 집’ 등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OTT(Over The Top) 플랫폼 ‘넷플릭스’는 이제는 국내에서도 누구나 알만한 서비스가 됐다. 2023년 10월 기준으로 국내 넷플릭스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137만명이라고 한다. 😲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애용하는 서비스인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OTT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서 직접 영화/드라마를 만들고, 해당 OTT에서만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넷플릭스를 구독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버렸다. 과연 이런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고 어떻게 실행되는걸까?
규칙없음
[규칙없음]은 넷플릭스의 이런 혁신의 바탕이 된 기업 문화에 대해서 창립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기업 문화에 대해서 연구하는 ‘에린 마이어’가 저술한 책이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저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책인데,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였다.
한국과 미국의 기업 문화는 어떤 점이 얼마나 다를까? 그리고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는 뭐가 얼마나 특별하길래 책 제목을 [규칙없음]으로 지어놓은걸까? 나도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로써 어느덧 3년이 지났는데, 창업 이후 여러 경험을 하면서 기업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체감하고 있다. 창업 이전에 있었던 회사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였다. 직원이였던 내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지만, 때로는 지나친 자유로 인해 생기는 마찰들도 있었다. 하나하나 모든걸 통제하는 문화도 너무 숨막히고, 그렇다고 너무 자유로운것도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 중심을 어떻게 잡는게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세계적인 기업의 리더는 어떻게 기업 문화를 형성하고 이끌어가는지 궁금했고, 이 물음에 대한 ‘리드 헤이스팅스’(이하 리드)의 답을 [규칙없음]에서 읽어볼 수 있었다!
인재밀도를 높여라!
넷플릭스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최고의 복지는 최고의 동료다!” 이 말처럼, 리드는 인재밀도(talent density)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인재밀도를 높이라는 말은 쉽게 말하면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라는 말이다. 평범한 10명의 사람보다 능력있는 1명의 사람이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말이다. 리드는 넷플릭스 이전에 창업했던 ‘퓨어소프트’라는 회사에서 회사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들을 해고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직원의 수가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좋았던 직원들로만 팀을 구성하니 회사의 능률과 퍼포먼스가 좋아지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리드는 이를 계기로 인재밀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한다.
리드는 이를 두고, 성과는 전염성이 강하다고 표현했다.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들은 능력있는 직원들의 퍼포먼스도 낮추기 때문에, 회사를 위해서 이런 직원들은 퇴직금을 두둑히 주고 떠나보내야 한다고 한다. 😲 (여기서 말하는 인재밀도는 능력적인 부분도 있지만, 회사 분위기를 망친다던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의 행동 등 다양한 부분을 포괄한다.)
그래서 넷플릭스에는 인재 밀도를 높이기 위한 규칙이 있다고 한다.
- 평범한 사람들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 주기적으로 이 직원이 해당 업무에서 최고의 인재인지를 물어보는 ‘키퍼 테스트’를 한다.
- 최고의 인재라면,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
아래는 넷플릭스의 키퍼 테스트 문구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넷플릭스에서는 이런 질문을 주기적으로 해보면서 자체적으로 키퍼 테스트를 한 뒤,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퇴직금을 주고 해고한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인재밀도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냉정한지를 알 수 있었던 대목이였다.
솔직한 피드백
두 번째로 넷플릭스에서는 솔직한 피드백을 강조한다. 그게 팀장이 팀원에게 하는 피드백만이 아닌, 팀원이 팀장에게 주는 피드백을 포함하여 CEO를 포함한 모든 넷플릭스 구성원들에게 피드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업무 방식, 영어 발음, 회의 중 혼자만 너무 말을 많이하는 것 등 일할 때 아쉬운 점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피드백할 것을 권장한다고 한다.하지만 피드백을 가장한 비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에서는 ‘피드백 4A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 AIM TO ASSIST (피드백을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ACTIONABLE (피드백에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 APPRECIATE (피드백 준것에 대해 고마워해라)
- ACCEPT OR DISCARD (피드백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피드백’이라는게 실제로 회사생활을 해보면 참 어려운 주제다. 우리나라말로하면 ‘쓴소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서상 다른 사람에게 쓴소리를 하거나 듣는게 익숙치 않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피드백을 적절히 주고받는 조직일수록, 구성원들과 조직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대표부터 리더들까지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것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통제를 없애라
넷플릭스에는 휴가에 대한 규정도, 출장이나 경비에 대한 승인 절차도 없다고 한다. 다음 두가지 상황을 보자.
- 해외 출장이 있고, 비행기는 몇 일을 타야하는데, 도착하자마자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 있다. 그러면 출장시 비즈니스석으로 예매를 해야할까 아니면 일반석으로 예매를 해야할까?
- 제주도 출장 일정이 잡혔고, 도착 다음 날 비즈니스 미팅이 있다. 그러면 출장시 비즈니스석으로 예매를 해야할까 아니면 일반석으로 예매를 해야할까?
위의 1번과 2번 상황 같이 똑같은 출장이여도 얼마나 중요한 미팅인지, 탑승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미팅이 당일에 있는지 다음날에 있는지 등 여러 케이스가 있다. 보통의 회사들은 이런 상황들에 대해서 규정이 하나하나 정해져 있을 것이다. 정해진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새로 논의해서 새로 만들기도하며, 일반적인 회사들은 회사규정을 통해서 직원들을 통제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딱딱 떨어지지 않는다. 규정상은 일반석으로 타야되더라도 너무나 중요한 미팅이라 내 컨디션이 최고로 중요할 경우도 있고, 당장 행사에 필요한 지출인데 승인이 필요해서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행사를 망칠수도 있다.
반면에, 이러한 규정이 없어버리면 일부 인원들이 남용하며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규정을 하나하나 만드는 대신, 다음 문구 하나만을 규정했다고 한다.
”넷플릭스의 이익에 최선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
넷플릭스에서는 직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다고 한다. 비용 지출에 대한 상사의 승인도 필요없고, 출장시 비즈니스석을 탈지 or 일반석을 탈지에 대해서 승인 없이 본인이 선택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 없음을 남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넷플릭스 감사팀에서 랜덤하게 뽑아서 살펴본 뒤, 남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는 가차없이 해고를 한다고 한다. 🥶
규칙없음에 대한 나의 의견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와 CEO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인상깊고 재밌게 읽었다. 스타트업 공동창업자로서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갔고, 현재도 만들어나가고 있는 입장에서 글로벌 기업 대표의 경험담을 들어볼 수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됐다.
인재밀도에 대한 의견
좋은 인재로 직원들을 구성하는게 좋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보통의 기업은업계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는게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고,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이 인원이 더 이상 업계최고의 인재가 아니게 됐을 때 가차없이 해고를 하는건 넷플릭스 정도의 글로벌 대기업이니까 가능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게 시작하는 스타트업에서 최고의 인재만을 고집한다면 그 스타트업은 채용이 더뎌질 수 밖에 없고, (아예 채용을 못하게 될수도..) 이는 속도가 중요한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속도를 낼 수 없게 되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엔 기업의 규모, 단계에 따라서 유연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스타트업이 구글, OpenAI,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과 연봉 경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핵심 인력에 있어서는 최고를 고집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직원들을 최고의 인재로 유지한다는건 넷플릭스 정도의 글로벌 기업에서나 가능한 일 아닐까? 🤔
또한, 최고의 인재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잦은 해고가 불가피한데, 직원들이 본인이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사내에 돌 것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열심히 성과를 냈는데 잠시 슬럼프가 와서 성과가 안 좋았더니 바로 해고를 당한다면, 토사구팽 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 리드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최고의 인재밀도만을 고집해서 넷플릭스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었다고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현실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맞는지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솔직한 피드백에 대한 의견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은 피드백 문화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직원들이 상사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은 퇴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보기 드물며, 상사가 피드백을 주는 경우도 꼰대 혹은 잔소리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점은 피드백을 줄 때, 비난성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많은게 가장 문제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리드가 제시한 ‘피드백 4A 원칙’은 정말 좋은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이 원칙을 실제로 사내 문화로 자리잡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나부터도 피드백을 줄 때 / 받을 때 이 원칙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봐야겠다.
‘통제하지 마라!’에 대한 의견
직원들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규정하지 않는 것은 아주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규정이 하나하나 있으면 직원들이 그때마다 규정집을 찾아봐야하며, 인사팀에 이건 어떤 규정에 해당하는지를 문의하고 답하며 괜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든다. 그런면에서, “넷플릭스의 이익에 최선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라는 문구로 통제를 없앤 것은 굉장히 현명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회사에서 남용이라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 직원 입장에서는 항의하기가 어려우며, 어떻게보면 회사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규정을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
마치며
[규칙없음]을 읽으며 넷플릭스의 업무 방식은 어떤지, 대표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기업 문화를 꾸려나가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우리 기업 문화와도 비교해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기업 문화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 창업하려는 분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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